누군가의 유년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종종 지나간 과거에 대한 향수로 소비되곤 한다. 하지만 윤가은 감독은 결코 아이들의 시간을 쉽게 미화하지 않고, 어른들의 사회 못지않게 치열하고 복잡한 그들만의 세계를 정직하게 담아낸다.
단편 <사루비아의 맛>, <손님>, <콩나물>부터 장편 <우리들>, <우리집>, <세계의 주인>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 속 아이들이 겪는 상실과 갈등은 우주가 흔들리는 것만큼 거대한 스펙터클이자 뭉클한 생존기다.
이번 ‘인 포커스(In Focus)’ 전작전의 부제를 '우리들의 세계가 자라날 때'로 명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장이란 타인과 부딪히고 상처 입으면서도 기어코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 섬세한 시선으로 그 팽창의 순간들을 응시하며, 관객이 각자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하게 이끈다.
폭력과 자극적인 서사가 잦았던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윤가은 감독. 독보적인 '어린이 영화'의 마스터인 그의 전작을 비키(BIKY) ‘인 포커스’의 첫 발자국으로 삼으며, 이 사려 깊은 시선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새로운 영화적 나침반이 되기를 희망한다.